-내 마음 속의 부처- 불교는 미술적 표현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다. 불교에서 미술은 대중들로 하여금 불교의 참뜻과 이해하기 힘든 교리에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의미를 구상화시키고 보다 뚜렷한 형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불교그림은 일반 그림과는 달리 창의성이 덜 요구되었는데, 그렇다고 그림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신앙심을 높여주기 위한 감동적 장치가 상대적으로 더 요구되었다는 뜻이다. 예배장엄용 그림인 불∙보살도에서 특히 이런 경향이 짙게 보인다.
그렇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부처님과 불교가 반드시 또렷한 영상을 차지하고 있기만 한 것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내가 말하는 것은 관념적 영상이다. 그것은 물기를 잔뜩 먹은 솜 같기도 하고, 깨끗한 습자지에 먹물을 잔뜩 먹였을 때처럼 흐릿한 선으로 번져나가기도 한다. 내 그림에 선염(渲染)이 유달리 많은 것도 바로 그런 흐릿한 관념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이 흐릿해질수록 의식은 또렷해진다. 사람은 언제나 확실하고 또렷한 것을 찾아가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그림은 부정형(不定形)의 농묵(濃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모두는 각각의 마음 속에 부처님을 간직하고 불국토를 꿈꾼다. 불법에 멀리 떨어져있고 진리를 분간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이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은 마치 흐릿하게 번져가는 먹선이 차츰차츰 모양을 찾고 형상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꽤 닮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림 중에 나한의 그림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장식화에 속하는 이런 그림에서는 표현 형식에서 비교적 자유스러운 걸음걸이를 내딪을 수 있기 때문에 불교그림에서 창작이라는 면에 좀 더 의미를 두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제재가 되곤 한다. 해묵은 말이지만, 우리 것은 우리의 전통 속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되면서 발전한다. 불교그림을 놓고 보더라도 전통 양식에 대한 철두철미한 이해의 바탕 위에 예술적 특성을 밝혀내고 그 특성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때 비로소 우리의 불교그림이 과거의 틀 속에서 빠져 나와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창조적 화업(畵業)이 이루어진다고, 나는 믿는다.
<현대불교 미디어센터 ⓒ 2005>
천성철
1959년 생.
1983년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졸업.
전시
동국불교미술인회 그룹전 6회
작품
경기도 일산 여래사 단청, 경기도 구리 화계선원 단청, 서울 정법사 벽화, 미국 무량사 벽화 제작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