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조사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폐사지는 대략 3천 2백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세상에 알려져 세인들의 발길이 닿는 곳은 1백여 곳 뿐. 나머지 대부분은 아직도 역사의 뒤뜰에 방치된 채 무심한 뭇 풀벌레들의 서식지가 되었거나 세월의 그루터기가 되어 삭아가고 있습니다.
경주 황룡사지, 익산 미륵사지 등 폐사지들 가운데는 오히려 현존하는 사찰들보다 더욱 사세(寺勢)와 사격(寺格)이 컸던 대형 가람들이 많았습니다. 폐사지들은 한 때 그 시대 민중들의 사상과 정신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곳들이기 때문에 폐사지를 찾아가는 것은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 역사의 중심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심이 흐린 세상의 새로운 중심을 찾아가는 작업. ‘잊혀진 가람탐험’은 과거를 통해 오늘을 보려는 역사 공부입니다. 폐사지는 단순히 불교의 역사를 더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폐사지의 지정학적 위치, 역사적 고증, 남아있는 이야기들이 모두 우리가 살아온 이 땅의 정서이며 무게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황량한 절터에 앉아 있노라면 어느 화려한 불사보다도 깊고 내밀한 시간의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오천년 역사의 그루터기이자, 한국불교의 침향(枕香)인 폐사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여러분과 함께 동행하고자 합니다.
- 문화복지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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