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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불교 성지순례-인도 기행
 
 
  엘로라 석굴사원에서
 
엘로라석굴
 
 
[인도성지순례]
[인도그림기행] 그 영혼들은 석굴의 별로 뜨고


아름다운 것은 성(聖)스럽다.
예술과 종교는 똑같이 ‘영원’을 지향하고 있다. 종교 없이 예술은 성립할 수 없고, 예술 없는 종교는 존재할 수 없음을 확신케 되었다. 영원한 생명력의 구현에서 종교와 예술은 만난다.


                                                                            (강우방 ‘종교와 예술’)

엘로라석굴
진종일 차를 달려 해질 무렵에 당도한 아우랑가바드의 엘로라 석굴 사원. 석굴에 들어섰을 때 문득 뇌리와 가슴을 친 전율을 나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진정 진리(종교)와 아름다움(예술)이 하나일 수 있다는 점은 아이에게 젖 물린 어머니의 표정에서 영원한 사랑을 느끼듯, 형상을 통해 본질을 만끽하는 예와 결코 다르지 않으리라.


<화엄경>에서는 “세상에서 훌륭한 부처의 형상을 보고 부처를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무지한 눈의 탓이다. 부처의 참된 형상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묘사로써도 부처를 표현할 수 없고, 어떠한 말로써도 부처의 형상을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형상으로서의 부처를 구해서는 안된다. 형상은 참된 부처가 아니다. 참된 부처는 깨침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깨침을 이룬 자 만이 참된 부처를 볼 수 있다.”


미혹한 자에게 깨달음을 향한 진언이 이러할지언정 석굴에서 마주한 불상은 남은 햇살 속에서 찬연히 빛나고 있었다.
이 서늘한 공기 속에서 저 싸늘한 돌부처를 만나 살아 오르는 기운이라니. 대체 무엇이 이 숭엄한 공간을 연출해 내고 마침내 합장하며 무릎 꿇게 하는가.
그렇구나, 부처는 보이지 않아도 그 부처를 볼 수 있도록 인도한 수많은 인연들이, 숭고한 옛 선현들의 자취가 석굴마다 가득하여 순간이 영겁으로 흐르는구나. 즉 진리를 추구하며 앞서간 영혼의 그림자가 오늘의 인연을 감싸주고 등불을 밝혀 주는 것이려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엘로라석굴사원은 각별하게도 ‘종교문화의 공동체’를 보여주는 곳이다. 즉 불교사원(1굴~12굴), 힌두교 사원(13굴~29굴), 자이나교사원(30굴~34굴)이 집합된 곳으로 불교사원은 4~7세기에, 힌두교 사원은 7~9세기, 그리고 자이나교 사원은 9~13세기에 각각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교의 쇠퇴에 이어 다른 종교들이 석굴사원을 조성한 특이한 곳인데 중요한 것은 모두 다 순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 석굴 사원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불상과 스투파를 모신 ‘차이타굴’, 스님과 신도들이 거주한 ‘비하라굴’이 함께 있다. 소위 법당과 요사가 한 석굴에 딸려 있는데 채광을 위해 층층간 기둥을 남기고 공간을 비워낸 외관은 작은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석굴 중 제 10굴 사원은 거대한 암석을 조각하여 아치형 창문으로 바꾸어 놓은 이미지인데 힌두교 쉬바파의 영향속에 후대 밀교 특유의 조각이 새겨져 있다.
삭티(sakti)라는 금강승불교(밀교)는 인간신체의 성력(性力)을 중시, 관음보살과 그 배우자의 결합으로 융합된 하나의 세계, 해탈을 상징하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석굴 내부의 장엄한 스투파와 불신(佛身)은 엄숙한 성소(聖所)가 되어 충만한 기운으로 심신에 잦아든다.


제10굴을 정점으로 펼쳐진 우측 불교 석굴사원을 화폭에 담는데 수많은 석굴이 빛을 뿜어내는 것 같은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벼랑의 단애를 깎아 낸 길을 걸어 석굴을 살펴본 감회는 오직 진리를 추구한 열정에 대한 찬미, 수희찬탄(隨喜讚嘆) 뿐이었다.

과거 7불을 조성한 제 12굴의 스케일은 병렬(竝列)한 불상이 장엄의 극치로 살아 오르게 한 공간구성으로 단연 불당의 압권이다. 어둠속에서 차츰 밝혀지는 불상과 보살의 조각은 마치 대서사시요, 교향악의 화음처럼 번지며 생명의 약동으로 가득하다. 이를 일러 법열(法悅)이라 하는가.


그곳에서 경배하고 돌아 나오는 길목에 마주친 한 수행자.
오직 하나의 흰 천으로 온 몸을 감싸고 컴컴한 석굴속에서 눈빛만 반짝이는 그를 바라보는 순간, 바로 현실을 직시해야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저 차가운 석굴벽에 기대어 무슨 상념에 잠겨 있었을까. 그는 이승의 명상속에서 부처와 만나고 현세의 번뇌를 벗어나 있는 걸까. 그 모습은 마치 면벽한 달마의 초상처럼 다가와 나그네의 눈길과 발목을 잡는다.
이미 일행과 홀로 떨어진 채라 서둘러 힌두사원의 가장 매혹적인 제 16번 사원과 쟈이나교 사원을 둘러보니 어느새 붉은 노을이 어둠속으로 침잠한다.

‘종교 문화의 공동체 엘로라.’



다행히 불교사원이 타종교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함께 숨쉬며 순례객을 맞아들이는 엘로라. 그것은 만인이 만개의 탑을 쌓듯 역사의 바람속에 흘러온 인도인의 삶이요, 신앙의 흔적인 것이다.
이제 엘로라를 돌아 나오는데 그새 석굴위로 하나 둘씩 별이 돋아 오른다. 그 광경은 마치 그날의 영혼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전하듯 뭇별로 돌아가 반짝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글/그림: 이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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