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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불교 성지순례-인도 기행
 
 
  아잔타 석굴사원에서
 
아잔타 석굴
 
 
[인도성지순례]
[인도그림기행] 붓다를 숭배한 혼백의 전당
 

 아잔타 석굴사원
때는 1819년, 영국 장교 존 스미스(John smith)가 동굴속으로 사라진 호랑이를 쫓다 찾아낸 곳이 아잔타 석굴사원이라고 한다.
기원전 2세기에서부터 기원 후 7세기에 조성된 세계 최고의 불교 유적지 ‘아잔타석굴’은 9세기 이후 불교쇠퇴에 따라 광대한 밀림지대로 변했고 교통도 끊어진 상태에서 다시 세상 빛을 보게된 사건이다. 이는 마치 우리 석굴암이 1200년간의 숨결을 지닌 채 묻혀 있다가 일제 때 한 일본인(집배원)에 의해 발견된 사실과도 오버랩된다.

역사의 침묵속에 묻혀 있지 않았다면 아잔타는 힌두교의 거침없는 여세로, 석굴암은 조선의 폐불 정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경주박물관 뜰에 수없이 목이 잘린 불상을 보노라면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영혼을 다한 진실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사람이나 유물도 때론 침묵의 시간이 더 중대하다는 걸 깨닫는다.
요즈음 표현대로 아잔타는 30개 석굴의 다양성이 소프트웨어라면 석굴이 위치한 천혜의 조건은 하드웨어로 빛나고 있다. 천만년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자연지리적 요소는 하늘이 숨겨 놓은 터에 불타를 숭상한 영혼들이 불을 밝혀 찾아낸 난공불락의 요새요, 불법수호의 전당이자 수행의 전진기지로 삼은 곳이다.

지평선 같은 산 능선 아래 침식단애(侵蝕斷崖)로 형성된 석굴은 산을 등지고 물에 임한(背山臨水) 풍수의 전형으로 탁 트인 시야속에서 굽이치는 물길을 바라본다. 그 등허리 아래 말굽처럼 휘어 띠를 이룬 검은 석굴의 장관이라니! 이 아잔타의 운명은 불법을 만나 저물지 않는 역사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제 매표소로 내려가 1굴부터 살펴보는 설렘속에 길을 오르는데 방학을 이용한 한국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띄니 반갑기 그지없다.
석굴은 차이트야(chaitya)와 비하라(vihara)로 불리는 예배공간과 수행공간으로 나뉘는데 9, 10, 19, 26, 29번 석굴이 전자요, 나머지는 후자에 속한다. 한편 1번에서 26번까지는 완성되었지만 나머지는 석굴을 조성하다만 흔적을 보여주는 미완의 석굴이다.

먼저 제1굴의 생생한 벽화를 만나는 순간, 한송이 연꽃을 쥔 연화수보살(蓮花手菩薩) 앞에서 벌써 발걸음이 굳어짐을 어쩌랴.
옛 고구려의 땅 집안(集安)에서 생생한 고구려벽화를 함께 보고 눈물 흘리던 동료의 심금이 불현듯 떠오른다.
저 현란한 구성과 자연채색은 누구로부터 어디서 구해진 걸까. 미술학도는 시공을
초월해 옛 장인들의 혼백에 숙연해지고, 이름과 명예를 남긴다는 것조차 신앙의 귀의 앞에는 허영임을. 선현들의 붓길과 정 자국 앞에 자꾸만 떨려 오는 것이다.
자연암반을 뚫고 들어가 천장부터 깎아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석굴은 한 천재 설계자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진 만다라 사원이다. 또 지속해서 불법의 전당을 위해 누대로 이어간 헌신의 생애를 어찌 필설로 형용하랴.

제2굴 감실 입구에 그려진 과거천불(過去千佛)은 낮설지 않기로 데칸고원에서 실크로드를 통해 돈황, 운강, 용문석굴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친연성이 서려있다.
기원전, 무불상시대에 조성된 9, 10번 석굴은 중앙에 거대한 돔(dome)을 연화대에 안치하였는데 종을 엎어놓은 공간 창출이 숭엄한 기운을 자아낸다.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지는 거대한 불상과 17번 굴의 벽화는 탁발하는 불타와 그 가족 이야기, 과거 7불에 미래불을 더한 팔불도(八佛圖)로 장엄하였다. 기원 후 500년경에 조성되었다는 제19굴은 아잔타 석굴 중 가장 아름다운 조각과 장식으로 유명한데 화려하고 섬세하게 꽃이 핀 신라 말의 양식화처럼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감이 없지 않다. 이는 극도로 세련된 기능이 때론 초기 양식의 기운을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을 빚기도 하는 까닭이다.

한편 완성된 마지막 석굴로 남은 제26국은 가장 후대의 것으로 아잔타 석굴조성의 운명을 예시하듯, 거대한 붓다의 열반상을 조각해 놓았다. 많은 제자들과 더불어 나무 아래서 슬퍼하는 아난존자의 슬픔이 석굴을 감싸고도는데 중심에 위치한 웅대한 스투파는 부처님 형상을 새긴 새로운 양식으로 돋보인다.
뜨거운 백일하에 긴장과 충격이 감도는 석굴순례는 서늘한 석굴로 들어설 때마다 한편으로 안식과 참배의 마음이 잦아들게 한다. 붓타를 숭배하는 이들이 그 옛날 등불을 밝히고 삶의 이치와 영원한 진리를 탐구하던 혼백들이 곳곳에 살아 숨쉬고, 미완의 끌과 정 자국의 끈끈한 체취에는 지속되어야 할 서원의 의지가 서려 있는 듯하다.

석굴 순례객들은 외국인도 눈에 띄지만 인도인들의 발길이 자국의 자긍심을 더욱 높여주는 것 같다. 고유 의상이 빛나는 현란한 사리 물결은 과거의 유적과 오늘의 삶을 동시에 투영하는 풍경인데 석굴 앞 여인들은 그대로 ‘꽃’이 되어 거닌다.
불전(佛前)에 살아 움직이는 꽃이 되어 붓다와 중생이 예토(穢土)에서 다시 만난다.

글/사진: 이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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