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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성지순례] [인도그림기행] 무질서 속 순수, 한 폭의 ‘만다라’
“여행을 통해서 의타심을 버린다. 따라서 아끼는 자식일 수록 여행을 보내라. 인생은 실로 정해진 비자와 같고 그 길을 여행하는 나그네와 같다. 간디가 홀로 간 이유는 민족의 독립뿐 아니라 자신의 독립이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옆자리의 송암(松菴) 스님께서 새삼 여행자가 가져야 할 안팎의 의미를 되짚어 주시니 오늘도 ‘흐르는 길’과 ‘열린 문’을 향해 차는 질주한다.
상카시아(Sankasya) 가는 길.
부처님께서 천상의 어머니를 위해 도리천에 오르셨다는 그 효도의 길을 우리는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로 풀어낸 <부모은중경>을 들으며 간다. 노랫말은 생전의 금하당(金河堂) 광덕대선사(光德大禪師)께서 친히 지으셨는데 그 스님의 상좌가 바로 송암 스님이시다. 스님은 한결같이 은사스님을 부모님처럼 받들어 모시는 바, 그 지극한 효의 숨결이 테잎에 실려 누리에 번져간다. 나 역시 병든 노모를 남겨두고 떠나온지라 오늘의 판소리는 ‘사모곡(思母曲)’이 된다. 사람은 헤어져 보아야 그리움이 한껏 싹트는 것을….
어둠과 안개속에 오직 귀를 열었던 시간을 빠져나와 비끼는 햇살에 커튼을 젖히니 가로수 사이로 천태만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겹겹이 폐타이어를 쌓아놓고 짚으로 이은 간이 주막같은 노점상. 우기와 습기 때문인지 거의 지면에 다리를 세운 뒤 널빤지로 깔고 바닥을 삼았다. 침침하고도 빈궁한 노점에서 빼꼼이 얼굴을 내밀고 눈만 깜박이는 사람들과 힘겨운 우마차의 행렬. 낡은 사리 차림으로 짐을 머리에 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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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도보계(三道寶階) 부조 | 손에 든 아낙네들의 발걸음과 자전거의 행렬. 쓰러져 가는 담벼락에 쇠똥을 덕지덕지 붙여 놓았는가 하면 무성한 숲에서 흰옷을 입은 사내들은 마치 숲에 깃든 두루미 같다. 낡은 6인승 삼륜차에 수 십명이 매달려 가고 버스위로 짐과 사람이 포개어 달리는 진기한 풍경을 보기위해 버스 조수석을 차지한 나그네의 눈길은 쉴 틈이 없다. 그들은 손짓하는 내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며 모두들 웃음을 머금고 있지만, 낡은 차의 소음과 매연이 뿜어내는 가난한 현실은 환경 문제를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짐을 실은 트럭들은 온통 현란한 도색으로 꾸몄는데 운행자 마음대로 착안한 구성과 글씨, 문양이 빈틈없이 장식된 채로 달려가고 또 달려온다.
일터로 가는 트랙터에도 사람들의 머리가 오종종한데 흥미로운 것은 모두 헤어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이다. 여성들의 사리 빛깔이 다르듯 인도 남자들이 터번을 쓴 형상이 가지각색이다.
길목에는 신호등 설치가 드물어 각종 차량이 알아서 비껴가고 양보해 가는데 의외로 교통사고가 드물다고 한다. 이처럼 가난이 도리어 강한 개성을 도출하고 기상천외한 발상과 이미지를 보여줌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한국의 시, 군 단위는 모두 서울을 모델로 하여 지역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 온갖 기업형 건축물과 유명 브랜드 간판이 파고드는 현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것이 진정 선진사회로 가는 새 질서요, 인도의 현실이 무질서한 경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삶의 내음은 결코 비교의 대상이 아니므로.
다만 살펴본다면 인도는 풍토성이 낳은 자족과 수행, 그리고 낭만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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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카샤 전경 | 생활의 다양성이 저변에 깔려있다. 거지천국이면서도 인공위성과 핵을 보유한 나라. 수없는 종교와 성인을 배출한 나라. 필연보다는 우연을 즐기고 인위적인 계획보다는 순리를 따르는 사람들. 기록보다는 느낌으로 살고 싶어하고 집착하지 않는 생활태도가 예술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곤 한다. 이를테면 음악의 경우, “인도 음악가는 과거나 현재에도 일종의 즉흥 연주가이다. 단순한 멜로디는 서양의 악보로 기록할 수는 있지만, 인도는 완성된 기보법의 체계를 고안한 적이 없으며, 옛 스승들의 음악은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그러므로 모든 연주는 실제로 새로운 작품이다.”(이지수 <인도에 대하여>p105)는 말에서 보듯 외부의 잣대로 인도 문화를 말할 수는 없다.
10억 인구의 인도, 그 지리는 총160만 평방Km 면적으로 한반도의 약14배이며 사막의 건조함, 세계 최다의 강우량, 히말리야의 만년설과 찌는 듯한 열대야,그리고 세계 최고의 산들과 끝없는 대평원을 가진 나라로 지역의 특성과 문화가 독특하다. 서로 다른 신앙과 생활의 개성 때문에 때론 마찰을 빚고 사회계급인 카스트(Caste)로 인해 비난을 받기도 한다. 특히 불가촉민으로 부르는 아웃카스트 제도는 지금도 심각하다.
즉 계급의 의무나 법을 어긴 이유 때문에 계급 바깥으로 축출된 계층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간디는 이들의 구제를 위해 생전에 ‘하리잔’(신의 자녀)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힘썼던 것이다. 창밖을 보니 어린아이가 찌그러진 굴렁쇠를 굴리며 가난한 마을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내들은 저마다의 복장으로 몸을 두르고 도로엔 여전히 짐짝 같은 사람들이 차에 실려 허연 이를 내보이고 손사래 치며 달려간다.
진정 시대의 예술이 그 삶의 반영이라면 따로 직업화가가 없이도 인도 사람들은 오늘 모두 예술가다. 이슬비에 옷 젖듯 배어서 나오는 삶의 목소리와 빛깔. 그 무늬결이 모두 소중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개성이요, 그 개성이 꽃피운 얼굴들을 지금 만나고 있지 않는가. 인류의 한 형제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벗님들과의 지극한 인연의 길을 달려나간다.
글/그림: 이호신 <현대불교미디어센터 ⓒ 199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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