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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불교 성지순례-인도 기행
 
 
  전정각산과 수자타 아카데미
 
전정각산과 수자타아카데미
 
 
[인도성지순례]
[인도그림기행] 고통없는 세상 이루고자…
     -고행산에 핀 지구촌 사랑 -


인간은 황량한 산이나 벌판과 마주치면 순수해 진다. 모세가 신의 계시를 받은 시나이산과 그 주변의 돌산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예수가 40일 동안 기도했던 사막지방과 홀로 악마의 시험을 받았다는 여리고의 산도 그랬고, 부처가 6년간의 고행을 끝내고 올랐다는 전정각산(前正覺山)도 그랬다. 모두 물 한 모금 얻기 힘든 열악한 돌산, 사막이었다.(이지상)





전정각산.


단식하던 싯다르타가 수자타의 공양으로 육신을 추스린 후, 이를 오해한 다섯 비구와 헤어져 홀로 올랐다는 황량한 바위산. 붓다가 정각(正覺)을 이루기 전에 머무른 산이라하여 이름 지어진 산은 현지에서는 ‘마하칼라산’이라고 부른다.
그 산을 찾아가는 길목에서는 열악한 삶의 흔적과 뜻밖의 풍광이 펼쳐진다.
쇠똥을 다닥다닥 붙여 놓은 담장과 집벽이며 초가지붕에 늘어놓은 빈대떡 같은 갈색의 쇠똥 물결이 지천이다. 한편 강가엔 빨래하는 이들이 빼곡한데 물가 위 벌판에 펼쳐놓은 원색의 사리들은 마치 지상의 모자이크요, 거대한 조각보로 대지미술의 극치를 보는듯하다. 그러나 이내 감상을 접어야할 까닭은 유난히 빈곤한 비하르(BIHAR)주의 현실 때문이다.

초기 불교 유적지가 가장 밀집돼 있는 비하르주가 유독 가난한 까닭은 무엇일까. 싯다르타가 올랐다는 험난한 돌산, 전정각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산속 붓다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유영굴(留影窟)의 불상이 새삼 고뇌에 차 있는 느낌이다. 이런 산은 현재 유영굴 주변에 티베트사원이 건립되어 삭막한 곳이 붉은 승복 행렬로 기원의 길목이 되고 있다.
한편 산을 내려오면서 다시 맞닥뜨리는 빈곤과 기아. 그러나 그 가난 퇴치를 위한 파수대가 있으니 이른바 ‘수자타 아카데미(Sujata Academy)’, 지구촌 사랑을 실천하는 학교이다.

동 터 오르는 전정각산을 훤히 마주 보며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삶의 의욕과 희망을 보게 하는 사랑의 전당은 한국 제이티에스(JTS) 민간기구에서 마련했다. JTS(Join Together Society)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가 가진 것을 내어 놓아 인종, 종교, 민족, 남녀, 사상, 이념에 관계없이 작은 힘이나마 함께 모아 뜻을 나누고자 하는 모임이다.

1993년에 건립된 수자타 아카데미는 ‘마을개발과 교육, 의료사업’을 병행하는데 ‘배고픈 이에는 밥을, 아픈 이에게는 치료를’이라는 목적으로 출발한 이후 점진적으로 그 뜻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1200평의 학교부지에 초·중등 과정과 기술학교 개원, 훈련된 현지인과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를 맡는가 하면 인근 16개 마을에 14개의 유치원(Sujata pre-school)을 설치하여 1천여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취학전 교육을 실시하며 마을 개발, 의료사업, 여성 취업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수자타 아카데미를 졸업한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개원한 기술고등학교(Sujata Techical school)는 3년 과정으로 건축, 전기기계, 의료, 농업, 가정과 등으로 현장실습과 이론을 병행, 학습시킨다고 한다.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14시간 이상 휴일도 없이 자원봉사 한다는 말을 전해주는 최태숙(38)씨. 5개월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그녀는 일에 파묻혀 지내다가도 동포들의 방문에 큰 힘을 얻고 보람을 느끼지만 헤어질 때면 진한 향수로 일행을 따라나서고도 싶다는 솔직한 표현이 더욱 인간적이다. 일행들 모두 그 진한 감동에 주머니를 털어 갸륵한 뜻을 격려하며 고행산에 피어난 지구촌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은 잔잔한 기쁨에 희열마저 느껴야 했다.
정성을 다해 지은 교실과 실습실을 돌아보다가 나는 한국 JTS가 발행한 ‘우리가 함께여는 아름다운 세상’ 팸플릿을 최씨로부터 하나 얻었다.

이런 세상을 이루고자 합니다.

저희들은 이런 고통이 없는 세상을 이루고자 합니다.
배고파도 먹을 수 없고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고
배울만한 나이의 어린이들이 제때에 배울 수 없는
기아, 질병, 문맹의 고통이 없는 세상
불구자라고 차별받은 신체장애의 고통이 없는 세상
가뭄이나 홍수, 지진, 무더위나 강추위 등으로 고통을 겪는
자연재해의 두려움이 없는 세상

여자라고 존중받지 못하는 그런 남녀차별이 없는 세상
피부가 붉다고 피부가 검다고 천대받는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
저희들은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가지가지 이런 고통이 없는 세상을
이루고자 합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태양을 보고도 달을 보고도 별빛을 보고도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도
오늘 한 그릇 밥을 먹을 수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사랑의 물결,
베푸는 기쁨으로 충만될 수 있는 이 길에
더더욱 감사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고자 합니다.

낮선 외국인만 보면 뛰어가 한 푼의 동전을 구걸하던 아이들이 배우기 위해 학교로 모여들고, 불치의 병을 앓던 이들이 회생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구촌의 성지. 수자타아카데미는 그 옛날 사경을 헤매던 싯다르타를 구해준 수자타의 자비정신으로 누리에 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몇몇 한국 자원봉사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나려니 그들은 우리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다. 아, 하늘아래 어여쁘고 거룩한 손. 자비의 화신이여. 그대, 아름다운 영혼들이여!


글/사진: 이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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