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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불교 성지순례-인도 기행
 
 
  유마 거사 집터와 아쇼카 석주
 
유마거사 집터, 야소카 석주
 
 
[인도성지순례]
[인도그림기행] 우리시대의 유마를 찾아서
     -'공양'의 어여쁜 흔적이여!-


부처님처럼 살아가야 합니다.”
나른한 시간, 차에서 졸고 가는 일행들을 깨우기 위해 스님께서 ‘인도기행’을 통해 느낀 바를 한마디씩 돌아가면서 발표하자는 제의에 벼락같이, 그러나 조용히 말씀하시는 어른이 계셨다.
성지탐방은 석가세존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는 순례의 여정임에는 틀림없으나 이
처럼 믿음과 확신에 찬 노인의 음성 앞에 일행은 모두 숨을 죽였다.
일찍이 송광사 구산선사(九山禪師) 문하(門下)에서 수행하며 평생 보살행을 실천해 오신 달공(達空) 조홍식(趙洪植) 박사님(82세, 불문학전공).
대낮에 기원의 등불을 켜고 유마의 집터를 찾아 가는 길에 우리는 오늘 한국의 유마 거사와 함께 옛 유마의 고향집을 찾아간다.

“일체 중생이 앓고 있으므로 나도 앓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일체 중생의 병이 사라지면 내 병도 사라질 것입니다.” (유마 거사)
“유마 거사의 보살행처럼, 그의 스승이신 부처님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조 박사님의 말씀은 우리 시대가 앓고 있는 중병에 대해서 단호한 진단을, 그리고 실천행을 주창하신다.
“공기와 수질의 오염과 환경파괴를 막아 지구를 지키는 지름길은 다른데 있지 않다. 소비자의 각성에 있다. 이 각성만이 세계를 오염으로부터 지키고 인간성을 부패로부터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로부터 해방돼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마음부터 청정해져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다. 나의 소비를 줄여 굶는 이웃과 나누는 일을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리라.” (조홍식, <달처럼 매화처럼>316쪽)

망고 동산을 붓다께 기증했다는 기녀(妓女) 암라팔리 집터 주변을 유마 거사의 집터로 짐작하고 찾아갈 뿐 그 어떤 표식도, 안내판도 없는 쇠똥마을.
마치 쇠똥 페스티벌이 열린 양 어느 것은 벽돌을 찍은듯 하고 또 떡을 썰어놓은 듯한 형상이 차곡차곡 곡물처럼 쌓여있다. 그리고 길목마다 무성한 노거수는 가는 줄기가 뿌리로 다시 뻗어 내리는데, 그 거목의 기상은 허공 속에서 천지의 기운을 장악하고 있다.
마침내 유마의 집터로 알려진 마을은 가난하다기 보단 자연 속에 의지한 생활과 가옥구조이다. 대나무로 엮고 볏집으로 깔대기처럼 엮은 창고며, 빗살로 벽을 둘린 초가지붕, 그 위에 빈대떡 같은 쇠똥 땔감은 아직도 원시의 삶에 그대로 닿아있다. 습하고 기온의 차가 심한 지역인지라 소들이 모두 거적을 쓴 채 여물을 먹고 있으며 유일하게 녹슨 수동 펌프 하나가 이곳 생활의 문명으로 비쳐졌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오고 어여쁜 소녀들이 수줍어하며 일행들을 맞이한다. 그런데 해맑고 순박한 소녀들이 입은 옷은 매우 화려한 색상이다. 뜨겁고 강렬한 원색의 드러남 속에 감추어진 부끄러움과 수줍음이라니….
“이렇게 마을 구경이나 할 게 아니라 다음 순례객을 위해 ‘유마 거사집터 팻말’이라도 하나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겠소. 우리 함께 논의해 보기로 하십시다.”
달공 거사, 조 박사님의 말씀에 모두는 마음속으로 갈채와 성원을 보냈다.
오후의 일정은 인도에서 유일하고도 완벽하게 남은 아쇼카 석주와 스투파를 찾아간다. 인도 국장이 사자상인 만큼 기대되는 아쇼카 석주.
콜후아(Kolhua) 마을에 위치한 석주와 스투파는 매우 거대하고도 건장하게 남아있었다.
현장 스님은 “아쇼카 왕이 세운 스투파가 있는데 옆에는 돌기둥이 있다. 높이가 50~60척인데 위에는 사자상이 놓여 있다”고 기록한 바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보는 듯 하다.
특히 석주의 높이는 6.6m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데 지형상 세존께서 행하신 마지막 설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추정한다. 주변엔 현재 발굴이 진행중인 유적들이 즐비한데 붓다께서 머물며 <화엄경>의 ‘입법계품’을 설했던 곳이 또한 이곳 중각강당(重閣講堂)이 아니었나 짐작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기록에 전하는 원숭이 연못(Markatahra-da-tire). 원숭이 떼들이 붓다에게 꿀 공양을 바쳤다는 연못은 돌사자상 석주 바로 뒤쪽에서 살펴졌다. 그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운 한 거대한 망고나무는 옛 사연을 함께 듣고 있는지. 기상 높은 석주와 쌍을 이루어 물결에 어린다.
스투파 제단엔 붉은 천에 노란 꽃을 꿴 두개의 목걸이가 바쳐져 있고 벽돌 틈새마다 향이 꽂혀있다. 그리고 손 때 묻은 몇 장의 루피가 돌맹이에 눌린 채 팔랑거린다. 어느새 몰려들었는지 화첩을 펼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 별난 구경이나 되는 셈인지 화첩과 스투파를 번갈아 손짓하며 낄낄거린다.
아예 자리를 깔고 먹을 갈며 물감까지 펼쳐놓은 나를 눈치 챈 일행들은 오늘 모두 나에게 유마가 되어준다. 따가운 햇볕 속에서 염송과 탑돌이를 지속해주는 고마운 배려로 그림이 이루어진 까닭이다.


글/사진: 이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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