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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불교 성지순례-인도 기행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새날
 
안나푸르나
 
 
[인도성지순례]
[인도그림기행] 佛光이 온누리 비추니…
 
    -밝아오는 하늘 지붕 아래서-


“우리는 돌아가기 위해 떠난 것입니다.이제 무사한 순례로 모두 무위법(無爲法)의 만선(滿船)에 올랐습니다. 이 인연의 소중함은 각자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일행 중 가장 연장자이자 순례 단장이시기도 한 조홍식 박사님의 말씀은 모두들 숙연케 했다.

새벽 5시. 이름도 사랑스러운 ‘사랑코트’. 그 전망대에 오르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가 펼쳐진다는 말의 설레임속에 일행은 캄캄한 산길을 오른다. 어둠속 초행길을 각자 더듬고 올라가는 하늘엔 반달이 내내 따라오며 길섶을 살펴준다. 또한 밤 하늘 뜨락의 총총한 별들을 머리에 이고 굽어보니 산 아래에도 가물거리는 마을의 불빛들. 지상과 우주가 모두 어둠속에 빛을 토하고 있다.

제법 싸늘한 기운이건만 등반의 긴장은 외려 땀을 씻게 하며 오르는 길.여명 속에 하나 둘씩 깨어나는 히말라야의 산마을. 여인들이 물을 긷기 위해 이마에 띠를 두른 통지게와 물통을 들고 오르내린다. 어깨띠와 이마띠 중 어느 것이 더 신체적으로 합당한 것일까.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풍습은 몇 해전 아프리카 마사이족들이 이마띠로 나무짐을 나르던 만남에서부터 일어난 의문이다.

히말라야 산지에 제비둥지같이 숨어사는 사람들. 그러나 수공예 기념품과 약초를 파는 이들은 한 자리에서 세계 인종들을 고루 만난다. 즉 히말라야가 품은 하늘 지붕은 지구촌의 이웃을 새벽같이 오늘도 불러들이며 그 위용과 장관을 만끽하게 하는 것이다.마침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사랑코트 전망대에 이르자 벌써 많은 지구촌 형제들이 카메라를 매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어둔 산을 오르느라 일행은 어쩔 수 없이 흩어져야 했고 외길이니 절대 무리하지 말고 힘이 부친 이는 적당한 지점에서 하산하라는 안내가 있었음에도 전망대에 먼저 오른 분들은 칠순이 넘은 어른들이셨다. 이 놀라운 사실은 어떤 정신적 가피에서 오는 걸까. 인생역정의 고난을 이겨낸 지사(志士)들의 면모 앞에 다만 외경심이 절로 일어날 뿐이다.그러나 그 같은 감회도 잠시, 온통 운무에 휩싸인 히말라야는 어쩌면 오늘 정상의 자태를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동행들의 말에 아연 허탈해진다.

2000년 여름,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을 보기 위해 아루사 마을을 경유했을 때 함께 한 한국대사 부인이 옆에서 한 마디 했었다.“이 선생께서 전생에서 얼마나 공덕을 쌓아 두었나 어디 오늘 한번 지켜봅시다.”그러나 첫길에서는 끝내 구름에 휩싸여 소망이 무너져 내렸던 킬리만자로. 오로지 내 부덕을 탓하며 다음을 기약해야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하지만 오늘은 결코 아니야. 나의 부덕보다는 저 절절한 지구촌 형제들의 염원과 순례의 기도가 또한 있지 아니한가. 따라서 행운을 기대하며 인적 드문 벼랑끝 돌담아래 화첩을 펼쳐놓고 먹을 갈며 한없이 하늘 지붕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순간은 마치 심신이 허공에 떠있는 것 같다.그렇게 가슴 조리며 기다리는데 히말라야의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전망대로 뛰어 올라가 보니 검푸른 창파같은 구름창을 뚫고 태양이, 붉은 해가 마침내 돋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듯 해가 장엄한 하늘지붕을 비추기 위해 반대쪽에서 솟구치니 히말라야는 태초부터 새날의 햇살로 살아나는 운명을 지녀온 산인 것이다.사랑코트 전망대에 오른 모두의 사랑이 합쳐져 ‘하늘 문’을 열게 하는가. 해가 솟아오르자 어느 영상처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맥을 가로막던 구름층들이
하나 둘 꼬리를 달고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오늘의 행운이다.

오! 안나푸르나(Annapurni). 해발 7555m에 이르는 설산(雪山)의 위용은 산 아래에 걸린 운무로 인하여 더욱 신비롭게 새날 새 세상에 드러난다, 그런데 실상 피라밋처럼 뾰죽하게 솟아 오른 정상은 마차푸차레(Machmapuchre, 해발 6993m) 봉우리로 시각상 더 높게 보이는데 ‘물고기 꼬리’라는 뜻으로 정상에 올라 보면 형상이 꼭 그렇게 보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쨌든 정상인 안나푸르나 제 3번 봉우리를 중심으로 좌우에 제1, 제2, 제4 봉우리가 양 날개를 펼치듯, 하늘 지붕의 용마루가 되어 끝간데 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 산허리를 맴돌다 내려온 봉우리 아래로 구불거리며 달려오는 한줄기 유장한 강물 띠가 사바세계로 달려오니 비로소 그 주변으로 논밭과 성냥갑 같은 집들이 점점이 살펴진다.

해가 모든 어둠을 뚝뚝 떨치고 올라 사방을 고루 비추기 시작하자 하늘과 땅이 경계없는 천지불이(天地不二)요, 삼천대천 세계의 이치가 만법귀일(萬法歸一)로 승화되는 감동으로 차 오른다.이 장엄한 인연속에 어느 듯 가슴에 두 손 모으고 오늘에 이른 보은(報恩)을 생각하며 돌아가기 위해 떠나온 삶의 뒤안길을 추스린다. 그리고 함께 한 인도 순례의 인연들. 그 모두의 염원은 마침내 히말라야의 불광(佛光)이 되어 온 누리에 번진다.


글/사진: 이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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