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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전의 노래소리
 막고굴이 위치한 곳도 명사산의 일부이다. 그런데 그 산록은 모래가 굳어져 형성된 역암이어서 석굴이 가능했던 곳이다. 명사산은 주봉이 해발 1650미터이고 동서로 40km, 남북으로 20km나 모래에 의해서 이루어진 산이다. 산 이름 그대로 바람에 모래가 이동하면서 소리내는 명사(鳴沙)의 모래로만 형성된 산은 돈황에서 남쪽으로 4km 정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돈황을 가기 전에 어느 책에선가 강풍이 부는 날에는 모래가 천둥소리를 낸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심하게 과장된 말인 듯싶다.
일출을 보려고 아침 일찍 다녀온 일행도 있지만 나그네는 오후 늦은 시간을 이용하여 명사산으로 가본다. 가는 동안 차창으로 보이는 백양나무들과 포도넝쿨들이 한낮을 지난 시각이어서 그런지 한결 생기있고 푸르게 다가온다. 오아시스 도시답게 수로를 흐르는 물줄기도 콸콸 소리내어 흐른다. 이런 정경은 돈황 지역에서 발생하여 널리 유행한, 중국 가사문학의 기원이 되는 곡자사(曲子詞)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런 곡자사도 17굴에 보관되어 오다가 발견되어 알려지게 되었다. 1천년 전 당나라 때에 유행한 돈황의 민가인 곡자사 두 곡을 음미해 본다.
절 짓고 장생을 빌고 꽃숲에서 임을 만났네 유정한 이합화(離合花) 바람 잔 독요초(獨搖草) 얼시구 절시구 풀을 잡게나 갈래는 적지 말게나
소록소록 연못에 비, 쌍쌍이 원앙새 울음 무르익은 들꽃의 향기, 한들한들 금실이 누렇다 강 위에 풍만한 여인, 냇가로 나란히 춤 휘영청 비단, 살포시 분칠.
당시 낭만적인 돈황 사람들과 오아시스의 풍성한 풍경이 그려지지 아니한가. 사람들은 절을 지어 오래오래 살기를 빌었고, 꽃숲 그늘에서는 남녀가 연애를 하였다. 사막의 풀을 잡고서 천진한 놀이와 내기를 하였으며, 오아시스 물이 흘러 들어가는 못에는 원앙새가 날아왔고, 얼굴에 구름 빛으로 분칠을 하고 비단 옷을 입은 풍만한 여인들은 건들건들 강가를 서성거렸던 것이다.
돈황의 풍류 돈황을 알려주는 또 한편의 시가 있다. 당 시인 잠삼이 읊조린 것인데, 그는 신장 안서절도사 고선지 장군에게 가는 도중 돈황 태수를 만나 <돈황 태수 후정가(後庭歌)>를 남긴다.
돈황 땅 태수 어질고 재주 많아, 태평시절에 베개 높여 잠들고
태수가 부임하자 산에는 샘이 솟고, 모래펄마다 농사를 짓네. 돈황 땅 허연 노인들, 태수에게 다시 5년 유임을 청하네. 재 머리엔 달 돋고 별밭 깔리고, 골방엔 술병들, 대자리 깔고, 붉은 연지의 미인은 더욱 싱그럽고, 비스듬한 쪽머리에 살짝 금비녀. 취하여 빨간 촛불 아래 장구놀이 하는데, 갈구리는 어디로 갔는가? 그대 위해 산호의 채찍을 들어 반 필의 황금 실을 따내었나니 이 밤 즐거움도 벌써 기울었네.
앞의 시가 민간인들이 즐겨 부르던 민가라면 잠삼의 시는 보다시피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면서 읊조린 율격을 갖춘 한시이다. 태수는 지나가는 시인 과객과 밤새 술을 마실 정도로 근심거리가 없는 돈황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살기가 편하니 노인들은 태수가 더 머물기를 바란다. 돈황에는 장구놀이를 하는 미인도 살았다. 그녀는 또래의 여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금비녀를 꽂은 모습인데, 선정을 베풀었던 그 태수가 선물한 것인지도 모른다.
월아천의 빈 사찰 드디어 명사산에 도착하여 대기중인 낙타를 한 사람 두 사람 타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그네는 KBS 출신 김재현 감독과 그리고 아주대학교 김공한 교수와 함게 모래산의 협곡에 형성된 오아시스 월아천(月牙泉)까지 걷기로 한다. 모래산은 능선이 날카로워 음영이 또렷하다. 석양을 받는 능선의 면과 그렇지 않는 면이 빛과 그림자처럼 분명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 능선을 이용하여 마치 무당벌레처럼 점점이 오르내리고 있다. 높이는 현재 서 있는 지점에서 불과 50여 미터밖에 안되지만 산을 오르는데 세 걸음을 떼면 한 걸음은 미끄러져 까먹는다. 불사(佛舍)는 월아천에도 있다. 그러나 승려가 기거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월아천은 불사 바로 밑에 초생달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 벌써 모래산 그늘이 드리워져 깊은 호수처럼 짙푸르다. 접시꽃은 월아천 주위에도 피어 있다. 석양이 지려 하니 불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뜬다. 낙타의 방울소리도 조금 전보다 더 크게 딸랑거린다. 나그네도 어둠이 내리기 전에 명사산을 내려간다. 모래를 밟는 요령이 생기니 걸음을 빨리 할 수 있다. 월아천에 왔던 시간보다 더 빠르게 명사산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아직도 일행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할수없이 김 감독과 나그네는 그들을 기다릴 겸 음료수 가게에서 병에 담긴 식수와 오룡차를 시킨다. 여주인은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귀여운 새댁의 모습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예전 돈황 사람들은 초파일에는 막고굴을 찾아갔고, 단오 날에는 저 명사산을 올라갔습니다. 명사산을 올라가 미끄럼을 타면 재앙이 물리쳐진다고 믿었으니까요."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미끄럼을 타게 하는 것이 꼭 상술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과거부터 돈황 사람들에게 전해져온 풍속도란다. 그러나 끊임없이 관광객을 태우고 월아천을 오가는 낙타들은 몹시 힘들어 보인다. 낙타들도 등급이 있는 모양이다. 병이 들어 여기서 밀리는 낙타들은 더 뜨거운 사막으로 쫓겨나 주인의 허드렛일이나 돕다가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그녀의 나이를 물어보니 23세이고, 대학에서는 중문학을 공부했고, 절에 자주 가지는 않지만 불교신자라고 한다. 자리를 뜨려 하자, 그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미소짓는다. 1천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전생에는 돈황의 곡자사에 나온 그 미인이 아닌가도 싶다.
<현대불교미디어센터 자료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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