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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와 까마귀
 
부처님 본생담 - 비둘기와 까마귀
 
 
옛날 바라나시에서는 모두가 새를 애지중지하며 기르고 있었다. 자기가 기르고 있는 새는 물론이요, 산과 들을 날아다니는 야생 조류까지도 사랑하고 보호하였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집에 새가 살기 편한 곳에 바구니를 걸어놓고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덕분에 새들은 밤이 되어도 지붕 아래에서 편안하게 잠들 수가 있었다. 어느 부잣집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남자도 자신의 부엌에 새 바구니를 하나 걸어놓고 있었다. 바구니 안에는 하얀 비둘기가 살고 있었다. 그 비둘기는 새벽이 되면 바구니를 나와서 먹을 것을 찾으러 멀리 날아갔다가 해가 저물면 돌아왔다.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찾아왔다.
“어디선가 향긋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걸…” 슬쩍 부엌을 엿보니 아주 먹음직스런 커다란 고기와 생선이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었다. 까마귀는 잠시 주위를 빙빙 날아다니면서 냄새를 맡다가 참을 수 없게 되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엌으로 몰래 숨어들어가 그 고기와 생선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멧비둘기

까마귀는 그 집에 걸려 있는 새 바구니에 비둘기가 살고 있는 것을 보고 계획을 생각해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비둘기가 먹이를 구하러 날아갔다. 그러자 까마귀는 얼른 그 뒤를 쫓아갔다. 비둘기가 하늘 높이 춤을 추면 까마귀도 춤을 추었고, 비둘기가 바람을 타고 날개를 펼치면 까마귀도 날개를 펼쳤다. “넌 대체 무슨 생각에서 나를 뒤쫓아 오는 거니?” 비둘기가 까마귀에게 물었다. “아, 미안해,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나는 네가 하늘을 나는 모습에 반해버렸거든. 함께 날고 있자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몰라. 그래서 이렇게 쫓아다니게 된 거란다.” 까마귀는 대답했다.
비둘기는 별 우스운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지만 까마귀가 별달리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기에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까마귀들이란 언제나 곧 싫증내기 마련이니까…’ 비둘기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까마귀는 언제까지나 비둘기를 쫓아다니면서 비둘기 흉내를 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목장 근처까지 쫓아오고 말았다. “까마귀야! 너희들이 먹는 것은 우리들 비둘기와는 전혀 다르지? 여기에는 우리들이 먹을 것은 다양하게 많이 있지만 너희가 좋아하는 것은 없단다.” “아니, 상관없어.” 까마귀는 그렇게 말하며 비둘기를 쫓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좀 색다른 곳에 있지…’ 까마귀는 하마터면 이렇게 말할 뻔 했지만 가까스로 입을 다물었다. 목장에 내려서 비둘기는 나무 열매와 풀을 먹었다.
하지만 까마귀는 쇠똥을 뒤적이다 간신히 벌레 몇 마리를 발견하고서 겨우 허기를 채웠다. 저녁이 되자 비둘기는 요리사의 주방을 향해 날아갔다. 까마귀 또한 그 뒤를 부지런히 쫓아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요리사의 집 안까지 들어갔다. “저런, 우리 비둘기가 친구를 데리고 왔네. 그런데 아무리 친구라지만 비둘기와 까마귀가 어울린다는 것은 왠지 이상한걸.” 요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또 하나의 바구니를 부엌에 매달아 주었다. 까마귀는 그 속에서 새근새근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뜨자 비둘기가 또다시 먹이를 구하러 가자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까마귀도 뒤를 따랐다. 가는 도중에 요리사의 집으로 수많은 고기와 생선이 운반되어 가는 것이 보였다. 까마귀는 하늘에서 군침을 흘리며 그것을 지켜보았다.
온종일 고기와 생선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자 까마귀는 그날 하루를 내리 멍청히 지낼 수 밖에 없었다.비둘기 흉내를 내며 날아도 보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몇 번이나 집으로 돌아가자며 비둘기를 졸라댔다. 집에 돌아오니 고기와 생선은 이미 요리되어 부잣집으로 실려나간 뒤여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젠장.”  까마귀는 혀를 찼다. ‘내일이면 또다시 고기와 생선을 가득 싣고 올 게 분명해. 내일은 어떻게든 집에 남아서 그것들을 모조리 먹어 치워야지.’ 까마귀는 머리를 굴리며 생각해냈다.
다음날 아침, 비둘기는 언제나처럼 일찍 눈을 뜨고서 까마귀에게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까마귀는 옆 바구니에서 딴전을 피웠다. “왜 그러는 거니?” 비둘기가 물었다. “어쩐지 몸이 좋지 않아.” 까마귀는 배를 문지르면서 답했다. “그래? 하지만 네 날개색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걸?” 비둘기가 까마귀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왜 그런지 배가 몹시 아픈걸…”  “아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아냐, 감기기운도 있고…” “저런, 정말 안됐구나.”  “응, 머리도 아프고 다리도 몹시 아파.” 까마귀는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비둘기는 왠지 미심쩍다고 생각하면서 까마귀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까마귀는 때때로 덜덜 떨기도 하면서 비둘기를 흘낏 보았다. “어쨋든, 병든 너를 무리하게 데리고 나갈 수는 없는 일이지. 하지만 만에 하나 이 집안에 있는 것을 훔치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 "그런 일은 없을꺼야." 까마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잘 알고 있겠지만 인간이 먹는 음식은 새들에게는 맞지 않으니 괜한 욕심은 갖지 않는 것이 좋아. 그러다 엉뚱한 일을 당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니까 말이야. 정말로 병이 나서 그렇다면 푹 쉬렴. “비둘기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날아갔다.
까마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구니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예상한 대로 그날도 많은 고기와 생선이 운반되어 왔다. 까마귀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요리사는 지체 않고 고기와 생선을 다져서 음식 만들 준비에 들어갔다. 모든 재료들을 냄비와 접시에 담고서 요리사는 부엌을 나갔다. “때는 이 때다.” 까마귀는 바구니에서 나왔다. 그리고 요리사가 빨리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서 부엌의 냄비와 접시 사이를 활보하였다. 그리고 음식들을 시식해보니 왠지 자신이 엄청난 부자라도 된 듯 가슴이 뿌듯해졌다. “하하하…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먹어치울 수 있다.
으음, 얇게 저민 고기는 배가 쉽게 불러오지 않지! 이 쪽에 있는 저민 고기부터 한 번 시식해 볼까!”
까마귀는 거드름을 피우며 이렇게 말한 뒤에 얇게 저민 고기가 들어 있는 냄비 있는 곳에 멈춰섰다. 뚜껑이 약간 열려 있어서 그곳에 부리를 들이밀고서 냄비 안에 있는 고기를 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욕심이 컸던 나머지 커다란 고기를 덥석 물고 빼내려다 뚜껑이 식탁 아래로 미끄러져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요리사가 황급히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곳에는 까마귀가 커다란 고기를 삼키려고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는 참이었다. “이런 날강도 같은 까마귀놈아!”
 
요리사는 까마귀의 머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눈깜짝할 새에 털을 죄다 뽑아서 발가숭이로 만들었다. 온갖 매운 조미료를 듬뿍 섞어서 까마귀 몸에 뿌렸다. “통째로 구워먹지 않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해!” 요리사는 까마귀를 바구니 속에 던져 넣었다. 저녁이 되어 돌아 온 비둘기는 바구니 속에서 얼얼한 양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까마귀를 보았다.
“내가 말한 것을 왜 듣지 않았니?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은 벌이다. 욕심이 지나친 것에 대한 과보는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법이지. 그건 그렇고 나야말로 이런 도둑놈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도 무슨 염치로 이 집에서 살 수 있겠어!” 비둘기는 요리사의 집을 떠나갔다. 까마귀는 털을 모두 뽑히고 바구니 속에서 발가숭이로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치다가 죽어갔다.
부처님은 이렇게 전생이야기를 들려주신 뒤에 그 비구를 위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말씀하셨다. 그 탐욕에 가득 찬 비구는 곧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고 그 자리에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부처님은 그 비구가 아라한과를 얻은 것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탐욕스럽던 까마귀는 지금의 저 비구였고, 그 비둘기는 바로 나였다.”
                                                                                              <자타카 42>

[해설]이 전생이야기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탐욕스런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어느 날 비구들이 그 탐욕스런 비구에 대해 부처님께 말씀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비구는 몹시 탐욕스럽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물으셨다. “비구여, 그대가 탐욕스럽다는 것이 사실인가?” 비구가 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대는 전생에도 탐욕에 가득찬 행동을 일삼았다. 그 때문에 너는 네 생명을 빼앗꼈을 뿐만 아니라 현자들까지도 사는 곳을 잃고 말았다.” 부처님은 그의 전생이야기를 위와 같이 들려주신 것이다.


출처; 민족사 [본생경]
<현대불교미디어센터 자료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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